Ewha School of Business
Management Research Center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이 달의 논문_Trust networks, compassionate helping and employee performance. Personnel Review, 2024, 53(2): 605-620.(정명호 교수, 이지영 강사(인사조직전공))
신뢰는 일상적인 대인관계는 물론 기업에서 개인, 집단(팀), 조직 전체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지금까지 개인 수준의 조직연구에서 신뢰의 효과는 주로 신뢰 주체(trustor)의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고, 신뢰 수혜자(trustee) 관점의 연구는 많지 않았다. 또한, 신뢰 수혜의 효과 역시 주로 양자관계(dyadic relationship) 수준에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동료들이 보내는 신뢰관계의 네트워크(trust network) 속에서 일하고 있다.
본 논문은 신뢰의 유형을 인지적 신뢰(cognitive trust)와 정서적 신뢰(affective trust)로 구분하고, 두 유형의 신뢰 네트워크가 팀원의 업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국내 10개 기업 39개 팀의 팀원 204명의 신뢰관계를 네트워크 방식으로 측정하고, 신뢰와 성과 간의 역인과성(reverse causality)을 통제하기 위해 6주 후 각 팀장이 팀원 성과를 측정하는 종단적 연구(two-wave study)로 설계했다. 아울러, 구성원의 심리적 요인과 동료들의 반응행동을 고려한 조절된 매개모형(moderated mediation model)을 구축하여 PROCESS 모델로 연구과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동료들이 자신의 업무능력을 신뢰하는 인지적 신뢰 정도가 높은 구성원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업무성과를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료들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의논하고 상담할 정도로 정서적 신뢰를 많이 받는 구성원은 오히려 업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최근에 ‘공감 피로(compassion fatigue)’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동료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픔을 느끼며 배려하는 것은 해당 구성원에게 감정적, 심리적 소진(burnout)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들로부터 정서적 신뢰를 많이 받아서 자신의 정서적 자원을 소진한 구성원이라도 다른 동료로부터 이런 어려움에 공감하는 도움(compassionate helping)을 돌려 받으면, 그것에 힘입어 자신의 고갈된 정서적 자원을 회복함으로써 업무성과가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것도 해당 구성원이 공감과 배려를 제공한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팀내 누군가가 공감적 도움을 돌려 주었다면 이러한 보상 효과는 변함이 없었다.
최근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동료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동료의 고통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질 높은 연결관계(high-quality connection: HQC)’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공감과 신뢰는 연대(solidarity)를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 구성원의 일방적인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희생을 초래할 뿐, 팀과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확산될 수 없다. 업무능력에 관한 신뢰 네트워크에서 중심적인 구성원은 성과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만 정서적, 공감적 신뢰 네트워크의 장점은 조건 없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 연구의 공저자인 김지영 박사는 석사과정부터 사회적 네트워크와 관계의 비대칭성(asymmetry), 팀내 하위집단 간 교차의존성(cross-dependency)과 팀 성과, 무례행동(incivility)과 네트워크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연구를 함께 해온 학문적 동료이다. 본 논문 역시 신뢰 네트워크와 HQC를 연결한 김지영 박사의 학위논문을 발전시킨 연구이다.
본 논문의 초고를 2020년 매니지먼트 학회(AOM)에서 발표했는데, 학회가 끝난 후 매니지먼트 분야 최우수저널의 부편집장(AE) 중 한 사람으로부터 초고를 함께 발전시키자는 공동연구를 제안 받았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실험연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본 연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되어 중단하고, 이번에 출판된 본 저널에 투고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심사과정에서 초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심사자가 추가되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최근 들어 우수저널들의 문턱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고,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하게 된 논문이었다.
공저자 김지영 강사(인사조직전략 전공)